즐거운 시 읽기

이발소에서 / 이규흥

안악 시인의 방 2021. 2. 20. 00:25

이발소(2018.6.11.)

 

이발소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.

먼저 이발사는 하얀 가운을 입고 날이 선 칼과 가위로 작업을 합니다. 또한 이발소 앞에는 푸른 색, 붉은 색, 흰 색의 3색 기둥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. 뭔가 좀 특별나 보이지 않나요? 그렇습니다. 옛날 서양의 이발사는 외과의사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합니다. 귀족 의사들이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꺼려하였으므로 칼을 잘 쓰던 이발사가 외과수술을 담당하였다는 것인데요, 16세기 프랑스에서 환자들이 잘 보이도록 이발소 앞에 3색 기둥을 설치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며, 청색은 정맥, 적색은 동맥, 백색은 붕대를 상징하였다고 합니다.

 

한편 우리나라의 최초의 이발사는 단발령이 시행되던 때 궁중에서 일하던 안종호라는 사람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. 이제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발소의 역할은 미용실이 대신하게 되었으며 그 풍경은 어느덧 아릿한 추억 속에 머물게 되었답니다.

 

오늘은 저의 졸시 <이발소에서>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. 이발소는 머리를 자르거나 단정하게 손질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때,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가던 곳이기도 하였습니다. 옛 이발소 풍경을 추억하면서 함께 이 시를 감상하시겠습니다.

 

이발소에서/ 이규흥

 

이발소로 간다

출구를 찾지 못해

머리 위로 치솟은 터럭,

잡념이란 놈 잡으러 간다

무슨 절박함에 묶인 것은 아니니

두상 생긴 대로 잘라다오

나는 가위 손에 모발을 맡긴 채

상념의 소멸을 기다린다

사각사각, 짧게 더러는 단호하게

쇳소리에 잘려나가는 것들

사라지는 것이 아쉬워

실눈 뜨고 올려다보는

턱 밑의 터럭까지 깨끗하게 밀어다오

헝클어진 마음 오늘 잡지 못한다면

삭발한들 무슨 소용 있겠느냐

쓰윽 쓱, 핏발 선 면도날 밑으로

숨죽인 시간을 밀어 넣는다

 

 

'즐거운 시 읽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천년의 바람 / 박재삼  (0) 2021.02.20
담쟁이 / 도종환  (0) 2021.02.20
그 사람을 가졌는가 / 함석헌  (0) 2021.02.20
조팝꽃 / 이규흥  (0) 2021.02.20
수선화에게 / 정호승  (0) 2021.02.19